건강

"기름에 볶아야 진짜" 토마토 흡수율 2배 비결

 여름 들녘의 강렬한 햇살을 머금고 익어가는 토마토는 우리 땅에 들어온 지 400년이 넘은 유서 깊은 식재료다. 본래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지가 고향인 이 열매는 16세기 유럽을 거쳐 조선 광해군 시절인 1614년 '지봉유설'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실학자 이수광은 남쪽에서 온 감이라는 뜻의 '남만시'로 기록하며, 풀에서 나는 감과 비슷하다는 상세한 관찰을 남겼다. 한 해 만에 나고 지는 감이라는 의미의 '일년감'이라는 옛 이름 역시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 우리만의 독특한 명칭이다.

 

한의학에서는 토마토를 성질이 약간 차고 맛이 달며 새콤한 식재로 분류한다. 갈증을 해소하는 청열생진과 위장을 편안하게 돕는 건위소식의 효능이 있어, 무더위에 지친 몸의 진액을 보충하는 데 탁월하다. 이는 당나라 명의 손사막이 강조한 '식치'의 관점과도 일맥상통한다. 약을 쓰기에 앞서 평소 먹는 음식으로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참된 의술이라는 가르침처럼, 토마토는 여름철 열기를 식히고 생기를 지켜주는 자연의 처방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대 영양학은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리코펜의 항산화 효과에 주목한다. 리코펜은 세포 노화를 방지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섭취 목적에 따라 조리법을 달리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수분을 보충하고 싶다면 생으로 먹는 것이 좋지만, 항암 성분인 리코펜의 흡수율을 높이려면 기름과 함께 가열해 먹는 방식이 권장된다. 실제로 열을 가하면 세포벽이 허물어지며 리코펜이 더 쉽게 빠져나오고, 지용성인 특성상 올리브유와 만났을 때 체내 흡수가 훨씬 빨라진다.

 

우리나라 토마토의 자부심으로 꼽히는 부산 대저 토마토는 땅의 성질이 작물의 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낙동강 하구 삼각주의 염분이 섞인 토양은 토마토가 수분 흡수를 줄이는 대신 당분을 농축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당도가 8브릭스 이상인 최상품 '짭짤이'는 일반 토마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당도와 단단한 과육을 자랑한다. 이는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얻어낸 자연의 결실이자, 지리적 표시제로 보호받는 우리 농산물의 귀한 자산이다.

 


토마토를 먹는 방법은 이제 서양식 샐러드를 넘어 비빔국수, 된장찌개, 장아찌 등 우리 식탁 깊숙이 스며들었다. 특히 소화가 잘되는 쌀과 토마토의 산뜻함을 결합한 토마토죽은 환자나 노약자의 기력 회복을 돕는 훌륭한 보양식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생으로 먹으면 여름의 생기를 전하고, 익혀 먹으면 감춰진 영양을 내놓는 토마토의 변신은 조리법의 지혜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다.

 

유럽에는 '토마토가 붉어지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그 효능이 널리 인정받아 왔다. 손자병법에서 불을 쓰는 때와 조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듯, 토마토 역시 햇빛이라는 자연의 불과 부엌의 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제철을 맞은 붉은 열매 한 알에 담긴 농부의 시간과 땅의 기운을 제대로 이해하고 섭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 관리의 시작이다.

 

 

 

'왕과 사는 남자' 효과… 영월 청령포 인산인해

곳의 상흔 남은 터전들이 새로운 문화적 숨결을 얻어 부활하는 중이다. 수백 년 전의 역사적 비극을 간직한 공간들이 잊히지 않고 대중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역설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모습이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선풍적인 흥행 기록을 남긴 이후, 단종의 애달픈 서사가 서린 영월 청령포는 연일 몰려드는 관람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상영이 완전히 끝난 이후에도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지역 상권과 숙박 시설은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한적했던 지방 소도시의 식당과 명소마다 대기 행렬이 이어지는 기현상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이고 뒤편은 가파른 절벽으로 막힌 청령포는 조선 6대 임금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천연의 고립지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7세의 어린 나이에 비극적인 생을 마감해야 했던 군주의 서글픈 역사는 자욱한 물안개 속 소나무 숲과 함께 서늘한 중압감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에는 단종이 기거했던 어소와 그 세월을 묵묵히 지켜본 관음송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통성을 지녔음에도 비운의 운명을 맞이해야 했던 단종의 삶은 오랫동안 풀어내지 못한 역사적 한으로 남아왔다. 천형과도 같았던 단절의 공간이 수백 년의 시간을 지나 대중과 호흡하는 장소로 변모한 셈이다.영화가 촉발한 역사의 재발견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미처 피어나지 못한 어린 영혼을 향한 애도와 추모의 발길로 승화되고 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청령포 선착장을 통해 강을 건너는 관광객들의 걸음은 끊이지 않는다. 과거 단절과 철폐의 대명사였던 유배지는 이제 안타까운 역사를 되새기고 위로를 나누는 열린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쇠퇴해 가던 옛 광산촌과 역사적 유배지가 대중문화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지역 재생의 모범 사례로 거듭나고 있다. 비극적인 서사를 간직한 지역 유산들이 스토리텔링을 얻어 대중과 소통하면서, 멈춰 섰던 강원도 영월 일대의 시간은 새로운 활력과 함께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