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광부 떠난 영월 탄광촌, 무대로 다시 태어난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상동광업소의 광부 사택과 굳게 닫힌 영월광업소 갱도, 아이들이 떠난 연산분교장. 한때 사람들의 삶으로 가득했던 공간에는 이제 시간이 남긴 흔적이 자리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이처럼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공간과 존재를 춤으로 바라보는 공연을 영월에서 선보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의 혼합현실 퍼포먼스 시리즈 ‘자리와 주름: 영월’이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영월 마차갤러리에서 열린다.

 

‘자리와 주름’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존재를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공연 시리즈다. 작품에서 ‘자리’는 존재와 서로 얽히는 공간을 의미하며, ‘주름’은 시간 속에서 쌓인 기억과 존재의 모습을 표현한다. 펼쳐지고 접히는 주름처럼 존재의 흔적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지만, 그 흔적은 특정한 장소에 남아 새로운 기억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영월 공연을 이끄는 송주원 안무가는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이 아닌 존재 역시 살아 있는 존재로 바라본다. 그는 존재의 상실과 소멸, 멸종과 죽음을 중요한 문제로 삼고 관객을 단순히 공연을 바라보는 사람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 작품 속에 직접 참여하는 존재로 끌어들이며 함께 기억하고 애도하는 경험을 만들어낸다.

 

공연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전반부에서는 ‘죽음의 자리’와 ‘자리의 죽음’을 통해 시간이 흐르며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공간과 그곳에 남은 흔적을 마주한다.
관객은 한때 존재했던 것과 지금은 사라져가는 것 사이에서 공간에 새겨진 기억을 경험하게 된다.

 

후반부는 ‘기억의 자리’와 ‘애도의 자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사라진 존재의 흔적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 관객과 관객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사라진 자리는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다시 존재하게 되고, 공동의 애도 역시 그 공간에 새로운 의미로 남는다.

 

특히 관객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오가며 작품에 참여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정에서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이자 공연자가 된다. 지역마다 서로 다른 공간을 찾아 그곳에 남은 고유한 흔적과 기억을 작품으로 펼쳐내는 ‘자리와 주름’은 이번에는 영월의 공간과 시간을 무대로 삼았다.

 

공연 장소인 마차갤러리 역시 영월의 역사와 연결된 공간이다. 이곳은 과거 탄광촌에 식수를 공급하던 상수도 시설이었지만 이후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과거 광산촌의 생활을 뒷받침했던 장소가 이제는 공연을 통해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변화하게 된다.

 

마차갤러리 주변에 남아 있는 나무와 광부들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탑, 누군가 쌓아 올린 돌 역시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존재하는 것과 사라진 것 모두 그곳에서 벌어진 시간과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는 흔적이기 때문이다. 공연은 이러한 공간의 흔적을 바라보며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관객과 함께 생각한다.

 

영월의 공연은 석회석과 석탄, 텅스텐이 묻힌 지층과 그 사이를 따라 흐르는 물길처럼 오랜 시간 이어진 사람들의 삶을 배경으로 한다. 한때 광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 살았지만 이제는 사람이 떠난 공간 곳곳에 흔적만 남아 있다. ‘자리와 주름: 영월’은 그 빈자리와 남겨진 흔적을 춤과 가상현실이라는 방식으로 다시 바라본다.

 


공연 개막 전날인 16일에는 관객이 작품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오픈 리허설도 진행된다. 참가자는 기기를 활용해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사라진 공간과 그곳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다. 오픈 리허설은 국립현대무용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또한 3회차 공연이 끝난 뒤에는 창작자와 관객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작품을 통해 경험한 영월의 공간과 기억, 사라진 존재에 대한 생각을 창작자와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다.

 

사람이 떠난 사택과 닫힌 갱도, 더 이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학교처럼 영월 곳곳에 남은 빈자리는 공연을 통해 다시 무대 위에 펼쳐진다. ‘자리와 주름: 영월’은 사라진 공간을 단순히 과거의 흔적으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곳에 남은 기억을 현재의 경험으로 이어가는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갱차 타고 커피 한 잔…옛 사북 탄광이 달라졌다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강원랜드는 15일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 M650이 오는 10월 1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M650이 들어선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1962년 문을 연 뒤 2004년까지 운영된 국내 대표 탄광 중 하나다. 수십 년 동안 석탄을 생산하며 국가 산업화와 지역 경제를 떠받친 현장이었고, 동시에 광부들의 고된 노동과 생활이 쌓인 공간이기도 하다.강원랜드는 이곳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기존 탄광 시설의 흔적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2021년부터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동원탄좌 사무실, 샤워실, 수갱타워, 650갱도 등을 철거하지 않고 원형 보존에 중점을 뒀다. 과거의 산업시설을 현대적 문화공간으로 바꾸되, 장소가 지닌 시간의 결을 유지하려는 취지다.공간 이름인 M650은 탄광이 자리한 해발 650m에서 따왔다. 석탄산업 중심지였던 사북의 장소성과 고도 650m라는 지리적 특징을 함께 담은 이름이다. 강원랜드는 이 명칭에 탄광의 역사와 오늘의 문화 경험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방문객들은 M650에서 탄광의 과거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광부들의 작업 환경과 생활상을 다룬 전시가 마련되며, 실제 탄광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갱차 탑승 체험도 운영된다. 단순히 보는 전시를 넘어, 탄광이라는 공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옛 권양기실은 카페로 변신했다. 권양기실은 광부와 석탄, 장비를 갱도 안팎으로 이동시키는 설비가 있던 공간이다. 이곳을 개조한 카페는 산업시설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이색 공간으로 꾸며져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휴식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M650 정식 개관식은 오는 10월 7일 열린다. 개관에 맞춰 10일까지 나흘 동안 ‘2026 탄광문화축제’도 함께 개최된다. 축제에는 석탄산업전환지역 7개 시·군이 참여해 탄광 문화와 지역의 전환 가치를 알릴 계획이다.김도균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M650은 공간에 축적된 노동자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라며 “탄광의 역사와 가치를 새로운 세대가 경험하는 대표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강원랜드는 M650의 역사적 가치 보존에도 나서고 있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며, 현재 강원특별자치도 심의를 통과해 국가유산청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M650은 단순한 관광시설을 넘어 산업화의 기억을 현재의 문화 콘텐츠로 잇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탄산업의 쇠퇴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온 폐광지역에 역사와 관광,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