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약왕 '박왕열' 드론 탈옥 꿈꿨다

필리핀 수감 중에도 국내 마약 유통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박왕열이 국내 송환 직전 드론을 이용해 탈옥하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사람을 매달 수 있는 대형 드론을 준비하고 실제 연습까지 진행했지만, 그 장면이 현지 방송에 노출되면서 계획은 실행도 못 한 채 틀어졌다.

 

JTBC는 14일 박씨가 필리핀 수용소 담장을 드론으로 넘어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애초 박씨 일당은 이감 과정에서 호송 차량을 공격하는 방식의 탈옥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기까지 마련했지만, 이후 계획은 대형 드론을 활용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탈옥 방식 변경에는 박씨의 과시욕이 영향을 미쳤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는 “나 같은 사람은 탈옥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도주가 아니라 ‘보여주는 탈옥’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조력팀도 움직였다. 이들은 사람이 매달릴 수 있는 드론을 마련했고, 한 조력자는 실제로 드론에 매달려 이륙과 착륙을 연습했다. 하지만 이 장면이 필리핀 현지 언론에 보도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현지 뉴스는 이를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이 등장했다는 흥미성 소재로 다뤘지만, 실제로는 박씨의 탈옥 준비 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드론은 최대 75kg까지 매달고 비행할 수 있는 장비로 알려졌다. 박씨와 함께 수감된 적 있는 A씨는 필리핀 수용시설 안에서는 전파 차단이 제대로 되지 않아 드론 운용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조직이 비슷한 방식으로 드론을 시험하는 영상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습 영상이 외부에 알려진 뒤 박씨의 이감 일정이 변경됐고, 계획은 급히 무산됐다. 몇 주 뒤 마약 합동수사본부는 박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박씨가 드론 대여와 준비 등에 쓴 돈은 약 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필리핀 교도소 생활도 논란이다. 수감 동료 A씨에 따르면 박씨는 매달 약 600만 원을 교도소 측에 지불하고 휴대전화와 에어컨, TV 등을 이용했다. 수감 중에도 비교적 자유롭게 외부와 연락할 수 있었고, 이런 생활을 국내 언론에 과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필리핀에서 ‘전세계’라는 활동명을 쓰며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 마약 유통망을 관리한 총책으로 지목돼 왔다. 그는 지난 3월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됐다.

 

문제는 박씨의 신병이 아직 완전히 국내에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씨는 필리핀에서 10개월간 임시 인도된 상태로 국내에 들어왔으며, 이 기간은 몇 달 뒤 만료된다. 당국은 박씨의 다른 범죄 혐의에 대해 추가 인도 절차를 밟고 있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내년 초 다시 필리핀으로 돌려보내야 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드론 탈옥 시도는 지나간 사건으로만 보기 어렵다. 박씨는 이미 2017년과 2019년에도 수감시설에서 탈출한 전력이 있다. 다시 필리핀 수용시설로 돌아갈 경우 추가 도주 시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마약 수사 공백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다음 달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마약 합동수사본부도 해산을 앞두고 있다. 필리핀 수용소에 한국인 마약사범 14명이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해외 총책 송환과 국제 공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합수본은 해산 전까지 해외에 있는 마약 총책들의 국내 송환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박씨는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마약 밀수 혐의는 부인하고 유통 혐의 일부는 인정했다. 항공 화물 등을 이용해 직접 마약을 국내로 들여온 것은 아니지만, 이미 국내에 들어온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관리한 사실은 인정한다는 취지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