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큐브

갱차 타고 커피 한 잔…옛 사북 탄광이 달라졌다

강원 정선의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복합문화공간 ‘M650’으로 재탄생한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뒷받침했던 탄광 시설을 허물지 않고 보존해, 노동의 역사와 지역의 기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강원랜드는 15일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복합문화공간 M650이 오는 10월 1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M650이 들어선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는 1962년 문을 연 뒤 2004년까지 운영된 국내 대표 탄광 중 하나다. 수십 년 동안 석탄을 생산하며 국가 산업화와 지역 경제를 떠받친 현장이었고, 동시에 광부들의 고된 노동과 생활이 쌓인 공간이기도 하다.

 

강원랜드는 이곳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기존 탄광 시설의 흔적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택했다. 2021년부터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동원탄좌 사무실, 샤워실, 수갱타워, 650갱도 등을 철거하지 않고 원형 보존에 중점을 뒀다. 과거의 산업시설을 현대적 문화공간으로 바꾸되, 장소가 지닌 시간의 결을 유지하려는 취지다.

공간 이름인 M650은 탄광이 자리한 해발 650m에서 따왔다. 석탄산업 중심지였던 사북의 장소성과 고도 650m라는 지리적 특징을 함께 담은 이름이다. 강원랜드는 이 명칭에 탄광의 역사와 오늘의 문화 경험을 연결한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방문객들은 M650에서 탄광의 과거를 다양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 광부들의 작업 환경과 생활상을 다룬 전시가 마련되며, 실제 탄광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갱차 탑승 체험도 운영된다. 단순히 보는 전시를 넘어, 탄광이라는 공간을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옛 권양기실은 카페로 변신했다. 권양기실은 광부와 석탄, 장비를 갱도 안팎으로 이동시키는 설비가 있던 공간이다. 이곳을 개조한 카페는 산업시설 특유의 분위기를 살린 이색 공간으로 꾸며져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휴식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M650 정식 개관식은 오는 10월 7일 열린다. 개관에 맞춰 10일까지 나흘 동안 ‘2026 탄광문화축제’도 함께 개최된다. 축제에는 석탄산업전환지역 7개 시·군이 참여해 탄광 문화와 지역의 전환 가치를 알릴 계획이다.

김도균 강원랜드 대표이사는 “M650은 공간에 축적된 노동자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조성한 공간”이라며 “탄광의 역사와 가치를 새로운 세대가 경험하는 대표 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M650의 역사적 가치 보존에도 나서고 있다.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국가등록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며, 현재 강원특별자치도 심의를 통과해 국가유산청 최종 심의를 앞두고 있다.

 

M650은 단순한 관광시설을 넘어 산업화의 기억을 현재의 문화 콘텐츠로 잇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석탄산업의 쇠퇴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온 폐광지역에 역사와 관광,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