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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 아궁빵부터 안유진 전화까지? 팬심 자극한 ‘안녕즈’ 전시


전화기 수화기를 귀에 대자 안유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면 앞에서 손을 움직이자 장원영이 같은 동작을 따라 하며 특유의 표정을 지었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만나던 아이브의 안유진과 장원영을 조금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서울 성동구에 마련됐다. 

 

11일 서울 성동구 더 서울라이티움에서는 ‘안녕(An-Young) : 안유진×장원영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이어진다.

 

‘안녕(An-Young)’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안유진의 ‘안’과 장원영의 ‘영’을 합친 두 사람의 조합명인 동시에, 누군가를 만났을 때 건네는 인사이자 상대의 안부를 묻는 표현이기도 하다.

 

전시가 열린 시점도 의미를 더했다. 장원영의 생일은 8월 31일, 안유진의 생일은 9월 1일로 두 사람의 생일이 하루 차이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두 멤버의 생일을 지나 팬들이 함께 축하하고 서로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두 사람의 홀로그램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를 따라 안쪽으로 이동하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촬영한 화보와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색과 흰색, 검은색을 중심으로 나뉜 공간마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이미지가 배치돼 있다.

 

사진의 구성도 한 가지 분위기에 머물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운 두 사람의 눈을 담은 영상부터 흑백으로 표현한 초상, 편안하게 누워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다양한 이미지가 이어진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이브의 활동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기록형 전시와는 거리가 있다. 두 사람의 활동 이력이나 시간을 순서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안유진과 장원영이라는 인물 자체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사진과 영상, 디지털 기술을 통해 두 멤버의 얼굴과 분위기를 여러 방식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직접 움직이며 즐기는 콘텐츠도 곳곳에 마련됐다. ‘모션 매칭’ 공간에서는 화면 앞에서 손을 들거나 몸을 움직이면 안유진과 장원영이 관람객의 동작에 맞춰 반응한다. 장원영이 볼을 부풀린 이른바 ‘아궁빵’ 포즈를 선보이는 등 귀여운 동작도 등장해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는 것과는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블로우 인터랙티브’에서는 실제 꽃 모형을 활용했다. 관람객이 꽃을 향해 바람을 불면 자신이 선택한 향이 퍼지고, 화면에는 꽃잎이 흩날리는 영상이 나타난다. 시각적인 콘텐츠에 후각적인 요소까지 더해 전시를 직접 체험하는 느낌을 살렸다.

 

전시 제목인 ‘안녕’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은 ‘보이스메일 존’이다. 민트색과 분홍색으로 꾸며진 옛날식 전화기의 수화기를 들면 안유진과 장원영이 남긴 음성 메시지를 들을 수 있다.

 

사진 속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실제 목소리를 듣는 방식은 마치 두 멤버에게 걸려온 전화를 확인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전시를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목소리까지 직접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팬들의 메시지가 자리하고 있다. 다이브들이 안유진과 장원영에게 보내는 생일 축하와 응원, ‘안녕’이라는 인사가 빼곡하게 적혀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일본어와 영어로 작성된 메시지도 눈에 들어왔다.

 

두 멤버가 영상과 음성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넨 뒤 팬들이 직접 글로 답하는 구조다. 전시가 아티스트의 모습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팬들의 참여로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안녕’이라는 제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전시장 밖에서도 체험은 계속된다. 전용 페이지를 이용하면 서울숲 곳곳에 숨겨진 안유진과 장원영의 사진을 증강현실로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을 모두 모으면 엽서를 받을 수 있으며, 카드 맞추기와 종이 가방 꾸미기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다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전시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다. 안유진과 장원영의 개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콘텐츠는 풍성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하는 이른바 ‘안녕즈’만의 관계나 이야기를 깊게 풀어낸 장면은 상대적으로 적다.

 

하루 차이로 이어지는 두 사람의 생일과 조합명이라는 설명을 넘어, 왜 안유진과 장원영이 함께 전시의 주인공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더해졌다면 공동 전시로서의 색깔이 한층 뚜렷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회차당 60분이다. 일반권은 3만원, 스페셜권은 6만6000원이다. 일반권에는 포스터와 미공개 포토카드 2장이 포함되며, 스페셜권에는 4컷 사진 체험과 별도 특전이 추가된다.

 

결국 ‘안녕’은 안유진과 장원영의 과거 활동을 자세히 돌아보는 전시라기보다는 지금의 두 사람을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로 만나고 팬들이 직접 참여하는 데 초점을 맞춘 공간에 가깝다. 특히 목소리를 듣고, 움직임을 따라 하고, 향을 맡고, 직접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팬들이 전시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사진 전시와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안유진과 장원영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감상하는 것에 더해 팬이 직접 두 사람에게 ‘안녕’이라고 답하는 것. 이번 전시는 그 짧은 인사를 여러 감각과 체험으로 확장한 공간이었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