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추석 물가 비싼 이유 있었네…가격 올리고 1조원대 탈세


추석 명절을 앞두고 물가 부담을 키우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업체들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담합과 독·과점 등 불공정 행위와 함께 원가를 부풀려 가격을 올리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41개 업체를 조사하기로 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 업체들의 탈루 혐의 금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조사 대상은 농·축·수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업체 16곳, 패션 플랫폼 업체 2곳이다.

 

이들 업체는 원재료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대응하면서 원가를 낮추기보다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거나 실제보다 원가를 많이 계상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의도적으로 줄인 혐의도 포착됐다.

 

농·축·수산물 유통업체 가운데 일부는 3~5년에 걸쳐 수십억원 규모의 수익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0%의 할당관세율을 적용받아 돼지고기를 수입한 한 업체는 매출처와의 거래 과정에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끼워 넣었다.

 

이 업체는 이 같은 방식으로 유통 마진을 챙긴 뒤 단기간에 사업을 폐업해 할당관세 혜택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출혈경쟁을 이어가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 인상을 유발한 배달 플랫폼 사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사업자는 시장 경쟁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음식점과 슈퍼마켓 등 입점업체에 수수료와 광고비 형태로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한 1조원대 이익을 세금 부담 없이 해외 지배주주에게 이전하면서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에 따른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하게 공제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국세청이 파악한 탈세 혐의 금액만 1000억원에 이른다.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동시에 부담을 떠넘긴 일부 프랜차이즈 본부도 조사 대상이 됐다. 핵심 원부자재 공급 가격을 올려 가맹점주와 소비자의 부담을 키운 동시에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드러났다.

 

전국에 2000여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는 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서는 사주의 개인적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과 관련된 비용인 것처럼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법인 자금을 빼돌려 재산을 늘려온 사주 일가의 자금 흐름과 재산 형성 과정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익을 숨기거나 거짓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사실 등이 확인될 경우 조세범칙사건으로 즉시 전환할 예정이다.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피한 혐의 등 조세범죄가 확인된 경우에도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면서 세금까지 회피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불공정한 가격 결정뿐 아니라 허위 원가 계상과 거짓 세금계산서 등 구체적인 탈루 행위와 사주 일가의 자금 흐름까지 함께 들여다볼 예정이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