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바나나 왜 이렇게 빨리 물러?” 숙성 늦추는 방법


마트에서 샛노랗게 잘 익은 바나나를 사 왔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과육까지 물러지는 경우가 있다. 바나나는 수확한 뒤에도 숙성을 이어가기 때문에 보관 환경에 따라 익는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바나나를 오래 먹으려면 구입하자마자 냉장고에 넣는 것보다 익은 정도에 맞춰 보관 장소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 초록빛이 남아 있는 바나나는 서늘한 실온에서 후숙시키고, 충분히 노랗게 익은 뒤 냉장 보관으로 옮기는 방식이 적절하다.

 

바나나의 숙성이 빨라지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에틸렌이다. 바나나는 스스로 에틸렌을 만들어 내는 과일인데, 비닐봉지에 넣은 채 두면 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진다. 봉지 안에 에틸렌이 머물면서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기고 과육이 부드러워지는 과정도 빨라질 수 있다. 따라서 구입한 바나나는 봉지에서 꺼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함께 두는 과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과와 배, 아보카도, 토마토 역시 에틸렌을 내놓기 때문에 바나나와 가까운 곳에 함께 보관하면 숙성이 더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아직 덜 익은 바나나를 빠르게 익히고 싶을 때는 사과와 함께 종이봉투에 넣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실온에 보관할 때는 바나나 꼭지 부분을 랩이나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는 방법도 있다. 꼭지 부분을 감싸면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고 에틸렌이 퍼지는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송이 전체를 감싸기보다는 바나나를 낱개로 나눈 뒤 각각의 꼭지를 따로 감싸는 편이 편리하다. 이때 과육까지 손상되지 않도록 꼭지 부분을 가위로 잘라 분리하는 것이 좋다.

 

바나나를 바닥에 그대로 눕혀 놓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한쪽에 무게가 집중되면 껍질에 멍이 생기고 눌린 부분부터 갈색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용 바나나 걸이를 이용해 매달거나 넓은 바구니에 서로 겹치지 않도록 놓으면 눌림을 줄일 수 있다. 햇빛이 직접 들어오는 창가나 열이 발생하는 가전제품 주변도 피하는 것이 좋다.

 

냉장 보관은 바나나가 충분히 익은 뒤 시작하는 것이 좋다. 초록빛이 남은 바나나는 상온에서 후숙해야 단맛과 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있다. 바나나는 낮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덜 익은 상태에서 냉장고에 넣으면 껍질이 검게 변하면서 숙성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껍질이 노랗게 익고 작은 갈색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냉장고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

 

냉장고에 넣은 바나나의 껍질이 검게 변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한 것은 아니다. 낮은 온도로 껍질의 세포가 손상되면서 색이 짙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긴 뒤 과육의 상태와 냄새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곰팡이가 생겼거나 진물이 나오고, 술 냄새나 시큼한 냄새가 나거나 과육 전체가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서 물러졌다면 먹지 않고 버리는 것이 좋다.

 


이미 충분히 익은 바나나를 며칠 안에 먹기 어렵다면 냉동 보관도 방법이다. 껍질을 먼저 벗긴 뒤 2~3㎝ 정도의 두께로 잘라 서로 붙지 않게 펼쳐 얼리고, 단단해지면 밀폐용기나 냉동용 봉투에 옮기면 된다. 이때 공기를 최대한 빼주면 수분이 빠지는 것을 줄이고 냉동실 냄새가 배는 것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냉동한 바나나는 해동하면 과육의 조직이 물러지기 때문에 생으로 먹기보다는 스무디나 요구르트, 오트밀, 바나나빵 등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얼려두면 먹지 못하고 과숙해 버리는 바나나도 줄일 수 있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