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큐브

구포국수 들고 국힘 노크한 '한동훈'의 추석 인사

추석을 앞두고 국회에 ‘구포국수’ 선물이 돌고 있다. 보낸 사람은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다. 수신자는 다름 아닌 그를 제명했던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한 의원은 16일부터 국민의힘 의원 109명의 국회 사무실로 구포국수 선물 세트를 보내고 있다. 장동혁 대표와 정점식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대상에 포함됐다. 명절 인사 형식이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의원이 국민의힘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선물은 한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구를 상징하는 먹거리로 구성됐다. 흰 소면과 함께 백년초, 녹차, 메밀 등을 넣은 오색면이 담겼다. 구포국수는 부산 북구 구포 일대에서 오랫동안 알려진 향토 음식이다.

한 의원은 선물에 짧은 편지도 함께 넣었다. 그는 편지에서 자신을 소개한 뒤 “부산 북구를 대표하는 구포국수를 보내드린다”고 적었다. 또 “국민의 삶을 지키고 더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편지에는 구포국수의 유래도 담겼다. 한 의원은 구포국수가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사람들의 식사가 됐고, 이후 경부선 철길을 따라 전국으로 퍼져나갔다고 소개했다. 단순한 음식 선물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상징성을 함께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수신자는 국민의힘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의원은 조정식 국회의장과 남인순·박덕흠 국회부의장 등 국회의장단에도 구포국수를 보낼 계획이다. 자신이 소속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이광재 위원장도 전달 대상에 포함됐다.

 

한 의원은 무소속으로 국회에 들어온 뒤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는 행사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 왔다. 이번 선물 역시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자신을 제명한 당 소속 의원들에게 먼저 명절 인사를 건넨 셈이어서, 향후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구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한 의원은 최근 부산 북구 구포시장을 홍보하는 ‘구포데이’ 행사에서 일일 가이드로 나섰다. 지역 대표 상품인 구포국수를 앞세운 이번 선물도 부산 북구의 인지도를 높이려는 활동과 맞닿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구포국수 선물이 명절용 의례를 넘어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본다. 하나는 국민의힘과의 관계 복원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구 대표 먹거리 홍보다. 추석 밥상에 오를 국수 한 상자에 정치적 의미까지 얹힌 모양새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