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전국 유물 코스프레 고수들 모인다 ‘국중박 분장놀이’

유물이 전시장 밖으로 걸어 나온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 코스프레 행사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결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1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결선 행사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문화유산을 참가자들이 의상, 분장, 소품, 퍼포먼스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참여형 문화 행사다. 단순히 유물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직접 유물의 특징을 몸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로 풀어내며 문화유산을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번 전국편에는 전국 각지에서 총 275팀, 643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유물의 형태와 색감, 상징성, 역사적 배경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장과 무대를 준비했다. 이 가운데 예선을 거친 참가자 50명은 지역박물관 본선 무대에 올랐고, 최종적으로 25팀이 결선 진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결선 무대에서는 본선을 통과한 25팀의 유물 퍼포먼스가 차례로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유물의 외형을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물이 지닌 의미와 시대적 분위기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고대 유물의 문양을 의상으로 구현하거나, 전통 공예품의 특징을 몸짓과 무대 구성으로 풀어내는 등 다채로운 해석이 관람객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행사 현장에는 경연 외에도 관람객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 마련된다. 안동 탈놀이단은 전통 탈놀이의 흥과 움직임을 선보이며 축제 분위기를 더한다. 여기에 가수 안예은의 축하공연도 이어진다. 전통적 감성과 현대적 음악 색깔을 함께 보여주는 무대가 더해지며, 박물관 열린마당은 문화유산과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 공간으로 꾸며질 전망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행사와 연계한 문화상품도 선보인다. ‘국중박 분장놀이’의 분위기를 담은 뮷즈로, 인형머리띠 3종과 머리핀 2종이 출시된다. 박물관 유물과 캐릭터적 요소를 접목한 상품인 만큼,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즐길 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행사가 문화유산을 보다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물관 속 유물은 때로 어렵고 엄숙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분장놀이’는 이를 놀이와 표현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참가자들은 유물을 해석하는 주체가 되고, 관람객은 그 해석을 함께 즐기며 문화유산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게 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전국 각지의 뜨거운 참여 열기 속에서 우리 유물이 재치 있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애정도 느낄 수 있었다”며 “결선 현장에서 선보일 참가자들의 개성 있는 퍼포먼스를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결선은 유물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전시실 안에 머물던 문화유산이 의상과 분장, 움직임을 통해 무대 위에서 다시 태어나고, 시민들은 이를 통해 유물을 보다 생생한 문화 콘텐츠로 경험하게 된다.

 

특히 전국 단위로 진행된 만큼 지역별 참가자들이 보여줄 해석의 차이도 관전 포인트다. 같은 유물이라도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박물관은 이번 행사를 통해 문화유산이 과거의 흔적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재창조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콘텐츠라는 점을 보여줄 계획이다.

 

‘2026 국중박 분장놀이 전국편’ 결선은 오는 19일 오후 3시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진행된다. 유물로 변신한 참가자들의 무대와 전통 공연, 대중음악 무대가 함께 어우러지며 가을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