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이슈

만화 덕후 심장 뛰는 주말…부천서 국제만화축제 개막

 한국만화박물관 일대가 이번 주말, 만화와 웹툰 속 세계로 변신한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제29회 부천국제만화축제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올해 축제는 ‘만화·웹툰 만만합니다’를 주제로 열린다. 어렵게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누구나 편하게 보고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 만화 팬은 물론 가족 단위 관람객, 웹툰 독자, 코스프레 애호가, 예비 창작자까지 각자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축제장에서는 먼저 만화의 상상력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는다. 지난해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무협 장르를 조명하는 기획전 ‘무림’이 대표적이다. 칼끝이 부딪히는 긴장감, 강호를 누비는 인물들의 서사, 무협 특유의 세계관을 만화적으로 풀어낸 전시로 꾸며져 장르 팬들의 발길을 끌 전망이다.

 

미래 만화가들의 신선한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전에서는 학생 창작자들의 개성 넘치는 그림과 이야기가 소개된다. 완성도 높은 작품은 물론, 젊은 감각이 담긴 새로운 시도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관람의 재미를 더한다.

축제 분위기를 가장 뜨겁게 달굴 프로그램은 경기국제코스프레페스티벌이다. 올해로 10회를 맞은 이 행사는 부천국제만화축제의 대표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19일에는 국내외 국가대표 코스어들이 참여하는 ‘GICOF 챔피언십’이 열려 화려한 의상과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20일에는 아마추어 코스프레 대회와 K-웹툰 코스프레 대회가 이어진다. 인기 캐릭터로 변신한 참가자들이 축제장을 누비며 관람객들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만든다. 사진을 찍고, 공연을 보고,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나는 듯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가와 독자가 가까이에서 만나는 자리도 준비됐다.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에서는 작품 속 인물과 장면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창작 과정에서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들을 수 있다. 평소 좋아하던 작품의 뒷이야기를 작가의 목소리로 직접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축제는 단순한 관람 행사를 넘어 만화·웹툰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장으로도 꾸려진다. 창작자와 기업, 산업 관계자들이 교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국제만화가대회 특별전 ‘Connection’도 열린다. 세계 여러 창작자들이 만화를 통해 연결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축제는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시를 천천히 둘러보며 만화의 세계에 빠질 수도 있고, 코스프레 무대에서 현장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거나, 가족과 함께 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방식도 가능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올해 축제를 통해 만화와 웹툰이 가진 친근함과 확장성을 함께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백종훈 한국만화영상진흥원장은 “만화와 웹툰을 사랑하는 누구나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나고, 만화가 지닌 가능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축제를 찾은 모든 분들이 만화·웹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을 초입의 부천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책장과 화면 속에 머물던 만화가 거리와 전시장, 무대 위로 걸어 나오는 자리다. 이번 주말 색다른 나들이를 찾고 있다면, 한국만화박물관 일대에서 펼쳐지는 만화 축제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