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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찢어졌다…F-15 조종사의 기적


지난 4월 미군의 이란 공습 과정에서 전투기가 격추돼 적진 한가운데 추락했던 미 공군 대령의 극적인 생존 과정이 공개됐다. 낙하산이 파편에 손상되면서 고속으로 지상에 떨어진 그는 큰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이란군의 추격을 피해 고지대로 몸을 숨겼다. 구조대가 한 차례 철수한 뒤에도 홀로 하루를 버틴 끝에 결국 미군에 의해 구출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시사 프로그램 ‘60분’에는 당시 이란 이스파한 남부에서 살아남은 미 공군 대령이 출연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다만 그의 신원은 ‘브라보’라는 명칭으로만 공개됐다.

 

브라보는 지난 4월 2일 2인승 F-15E 전투기에 탑승해 이란으로 향했다. 그의 임무는 이란의 핵물질 축적지 인근 시설을 타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비행하던 중 이란군이 발사한 휴대용 미사일에 전투기가 피격됐다.

 

전투기에 불이 붙자 브라보는 앞좌석에 있던 조종사 ‘알파’와 함께 긴급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브라보의 낙하산이 미사일 파편에 손상되는 일이 발생했다. 낙하산이 제대로 펼쳐지지 않으면서 그는 시속 약 110~160㎞에 이르는 속도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강한 충격으로 땅에 떨어진 브라보는 척추와 팔, 어깨 등에 부상을 입었다. 즉시 목숨을 잃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상황이었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란군에 붙잡히지 않기 위해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해발 약 2100m에 이르는 절벽의 고지대로 이동해 몸을 숨겨야 했다.

 

이란군의 추격도 이어졌다. 브라보가 숨어 있던 지점에서 불과 수백m 앞까지 이란군이 접근하면서 위험은 더욱 커졌다. 미군은 구조 작전에 나섰지만 상황은 순탄하지 않았다. 작전 시작 약 6시간 만에 알파는 구조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란군과의 총격전이 벌어지면서 브라보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한 채 철수해야 했다.

 

브라보는 이후 홀로 고산지대에 남겨졌다. 물과 식량도 없는 상태로 하루 동안 버텨야 했다. 그 사이 미 중앙정보국(CIA)은 첨단 기술을 이용해 브라보의 위치를 추적했고, 이란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기만 작전도 진행했다.

 

미군은 이어 미사일과 드론을 활용해 인근 이란군 진지를 공격하며 구조 경로를 확보했다. 이후 특수부대가 투입됐고, 마침내 브라보의 위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구조대를 발견한 브라보가 처음 건넨 말은 “가자(Let’s go)”였다. 그는 당시 구조대를 만난 순간을 회상하며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출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구조대가 타고 온 헬리콥터가 사막의 모래밭에 파묻히면서 이륙하지 못한 것이다. 미군은 결국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헬기와 항공기를 폭파했고, 추가 지원팀을 투입해 현장에 남은 인원 전원을 구출했다.

 

브라보가 격추된 뒤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생존 소식을 알린 것은 약 50시간이 지난 부활절인 4월 5일 아침이었다. 적진 한가운데 떨어진 뒤 부상을 입고 홀로 고지대에 몸을 숨겼던 그가 마침내 가족에게 자신의 생존을 알린 순간이었다.

 

브라보는 이번 구출 작전의 의미에 대해 “단순히 내가 살아 돌아온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 한 명의 부하도 적진에 남기지 않는다는 미국의 약속을 위해 군과 국가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