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큐브

2km 거리 두 축제, 왜 꽃무릇·상사화일까

전남 함평과 영광의 가을 축제가 붉은 꽃을 따라 나란히 막을 올렸다.

 

함평군은 오는 20일까지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제27회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를 연다. 인근 영광군에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진행된다. 두 축제장은 직선거리로 약 1.9km에 불과하다. 산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어진 붉은 꽃길이지만, 축제 이름은 서로 다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의 문제가 아니다. 식물 이름과 지역 축제의 역사, 행정구역에 따른 산 이름까지 겹치며 만들어진 결과다.

 

지금 남녘 사찰 숲에서 볼 수 있는 붉은 꽃의 공식 이름은 ‘석산’이다. 흔히 ‘꽃무릇’으로 불리는 식물이다.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부터 10월 사이 선명한 붉은 꽃을 피운다. 꽃이 먼저 올라오고 잎은 나중에 돋아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개화기에는 초록 잎 없이 붉은 꽃대만 군락을 이룬다.

 

반면 엄밀한 의미의 ‘상사화’는 다른 식물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에 속하지만, 개화 시기와 색이 다르다. 보통 8월 무렵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우고 이후 사라진다. 9월 중순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는 꽃은 상사화라기보다 석산, 즉 꽃무릇에 가깝다.

 

그럼에도 두 이름이 함께 쓰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산과 상사화는 모두 상사화속 식물이다. 또 꽃과 잎이 같은 시기에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필 때는 잎이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서로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한다’는 뜻의 상사화라는 이름이 넓은 의미로 쓰이게 됐다.

 

석산은 꽃이 진 뒤에야 잎이 나온다. 가을 꽃이 사라진 자리에는 짙은 녹색 잎이 돋고, 이 잎은 겨울과 봄까지 산자락을 덮는다. 초가을 현장에서 잎 없이 꽃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온 풍경은 이 식물의 생태적 특성이 만든 장면이다.

사찰 주변에 꽃무릇 군락이 많은 배경도 눈길을 끈다.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유명 군락지는 대부분 오래된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이는 꽃의 아름다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 들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성분을 천연 방부제로 활용했다. 뿌리를 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배접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진다. 좀벌레와 곰팡이 피해를 줄이기 위한 실용적 목적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남부 사찰 주변에는 석산이 집중적으로 심어졌고, 시간이 지나며 대규모 군락으로 자리 잡았다.

 

함평 용천사 일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함평축제관광재단에 따르면 군락 면적은 약 40여만 평에 이른다. 숲길과 산책로, 사찰 주변을 따라 붉은 꽃이 이어지며 가을철 대표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영광 불갑사 일대 역시 9월이면 붉은 꽃길을 보려는 방문객이 몰린다. 영광군도 군정 자료에서 불갑산 일대의 대규모 붉은 군락을 석산, 또는 꽃무릇으로 설명한다. 다만 축제 이름은 ‘상사화축제’다.

 

명칭이 갈라진 데는 각 지자체의 축제 전략이 작용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시작으로 관련 행사를 키웠고,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바꿨다.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축제의 상징으로 활용됐다.

 

함평군은 2000년 축제 출범 때부터 ‘꽃무릇’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공식 표준명인 석산보다는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해당 식물을 비교적 정확히 가리키는 명칭을 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같은 산줄기에서 피는 같은 붉은 꽃을 두고, 영광은 상징성과 서사를 앞세운 ‘상사화’를, 함평은 식물 고유명에 가까운 ‘꽃무릇’을 축제 브랜드로 삼았다.

산 이름도 행정구역에 따라 달라진다. 영광 쪽에서는 불갑산, 함평 쪽에서는 모악산으로 부른다. 불갑사와 용천사는 직선거리 약 1.9km로 가깝지만, 군 경계를 넘는 순간 축제명과 산 이름이 함께 바뀐다. 여행객 입장에서는 같은 붉은 꽃길을 따라가면서도 두 지역의 다른 해석을 만나는 셈이다.

 

축제를 찾을 때는 장소와 프로그램을 확인하면 좋다.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리며,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입장료는 없다. 용천사 뒤편 차밭 산책로와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모악산 등산로와 진입도로 양쪽으로 이어진 꽃길도 걸을 수 있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걷기,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등이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로 개방돼 있어 축제 시간과 별개로 둘러볼 수 있다.

 

함평의 꽃무릇과 영광의 상사화는 서로 다른 풍경이라기보다, 같은 붉은 꽃을 바라보는 두 지역의 다른 이름에 가깝다. 하나는 식물의 실제 이름에 기대고, 다른 하나는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서정적 이미지에 무게를 둔다. 그래서 이 가을의 붉은 숲길은 더 흥미롭다. 꽃을 보러 갔다가 이름의 역사까지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붉게 물드는 전국 산야… 10월 하순 단풍 대폭발

0월 하순에서 11월 초 사이를 골든타임으로 잡는 것이 좋겠다. 설악산을 시작으로 남하하는 단풍의 물결이 이 시기 전국 산야를 일제히 감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산림청은 전국 주요 산림과 수목원의 단풍 예측 지점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집한 ‘2026년 한반도 단풍절정 예측지도’를 공식 발표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국 기준 수종별 절정 시기는 은행나무가 10월 30일, 단풍나무류와 참나무류가 10월 31일 무렵에 각각 피크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됐다.올가을 첫 단풍의 물결은 이달 14일 점봉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에서 진행된 시민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포착됐다. 산림청은 10월 초 강원 북부 고지대 산지부터 시작된 물듦의 파도가 점차 남쪽으로 내려와, 10월 하순에 접어들면 전국 강산의 풍경을 순식간에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했다.다만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산림청이 정의하는 '단풍 절정'의 개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산 전체가 100% 완전히 붉게 물든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 대상 수목의 전체 잎 가운데 약 50%가량이 색을 바꾸는 시점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이다.권역별 대표 산들의 절정 시점은 지형과 위도, 기후 조건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강원권의 설악산이 10월 20일로 전국에서 가장 빠른 절정을 선보이며, 충청권 속리산은 10월 28일경 붉은 옷을 갈아입는다. 남부권의 지리산은 10월 27일, 호남의 명산 내장산은 11월 4일, 제주 한라산은 11월 6일께 단풍이 가장 깊어질 것으로 분석됐다.올해의 전체적인 단풍 절정 시기는 최근 5년간의 평균 데이터와 비교해 볼 때 약 0.8일가량 뒤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단풍의 발색과 진행 속도는 기온 하강 폭과 일조량 등 미세한 기상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실제 방문 시점의 지역별 일기예보를 사전에 체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한편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은 지난 2009년부터 권역별 공립수목원 네트워크와 손잡고 식물 생태 변화를 장기 추적해 오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악기상망 데이터에 더해, 향후에는 농림위성이 수집하는 고해상도 광역 관측 자료까지 결합해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 생태계의 시계바늘을 더욱 정밀하게 예측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