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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드 감독, 부산서 대상 받고 아카데미 문 두드린다

 이란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마지드 마지디의 신작 ‘빵과 책’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최고상인 대상을 차지했다. 올해부터 부산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에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부여됨에 따라 ‘빵과 책’은 해당 자격을 얻은 첫 부산 대상작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전쟁의 현실과 교육, 아이들을 향한 어른의 책임을 다룬 작품이 국제 영화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향후 아카데미 진출에도 관심이 쏠린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5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폐막식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주요 수상작을 발표했다. 배우 임시완이 단독 사회를 맡은 이날 행사에서 마지디 감독은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그는 수상의 영광을 이란 국민에게 돌리며 전쟁이 없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몇 달 전 어머니를 여의었다고 전하며 “내 영화의 주인공은 어머니”라고 말했다. 수상은 지난해 대상 수상자인 중국의 장률 감독이 맡아 의미를 더했다.

 

대상을 받은 ‘빵과 책’은 시골 학교의 교사가 아이들의 식사와 수업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페르시아어 원제인 ‘가자예 님루즈’는 점심 식사를 뜻한다. 배우 모하마드 라히미가 학교를 지키려는 교사 역을 맡았다. 영화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과 식사조차 한 개인의 헌신에 의존하는 현실을 통해 공공의 책임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문제를 개인의 선의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조명하며, 교육과 돌봄의 의미를 되짚는다. 작품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됐으며, 마지디 감독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195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난 마지디 감독은 ‘천국의 아이들’로 국내 영화 팬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1997년 발표한 이 작품은 이란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후 ‘천국의 색깔’, ‘바란’, ‘태양의 아이들’ 등을 통해 가난과 노동, 교육 불평등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어린 주인공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통해 사회의 그늘을 드러내는 방식은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신작에서는 아이들 자체보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봐야 하는 어른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구조적 문제와 연결하고, 공동체와 공공기관이 져야 할 책임을 질문한다. ‘태양의 아이들’에 참여했던 후만 베흐마네시 촬영감독이 다시 카메라를 맡아 마지디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영화가 담아낸 전쟁의 현실도 관심을 모았다. 이란 영자지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마지디 감독은 영화제 기간 진행된 첫 상영에서 작품을 이란 국민과 미나브의 아이들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미나브는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에 있는 도시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8일 전쟁 첫날 이곳의 한 초등학교가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어린이 120여 명을 포함해 150여 명이 사망했다. 감독의 발언은 영화 속 아이들의 삶과 교육을 지키려는 이야기, 그리고 전쟁으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현실을 연결하며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부각했다.

 

 

 

심사위원장인 중국의 장이머우 감독은 ‘빵과 책’을 심사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선정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작품을 훌륭하다고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해 온 이상적인 영화이기도 하다며 찬사를 보냈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에는 장이머우 감독을 비롯해 중국의 비간 감독, 일본의 이시카와 케이 감독, 한국의 정주리 감독과 배우 최희서, 베트남의 점티빅응옥 프로듀서, 카자흐스탄의 배우 사말 예슬랴모바 등 7명이 참여했다. 다양한 국가의 영화인들이 심사에 참여한 가운데 ‘빵과 책’이 최고상으로 선정되면서 작품의 주제와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주목받았다.

 

이번 수상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과도 맞물려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부터 대상 수상작에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부여한다.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 5월 관련 규정을 개정해 칸, 베를린, 베니스, 선댄스, 토론토와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의 최고상 수상작에도 출품 자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아시아 영화제 가운데 부산이 해당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 제도 변화의 주요 특징이다.

 

이에 따라 ‘빵과 책’은 부산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으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대상 수상만으로 아카데미 진출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극장 개봉 등 아카데미가 정한 세부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각국이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해 제출하는 작품과는 별도의 절차를 거쳐 출품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상 실적이 세계적인 영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영화제와 수상작 모두에 의미가 크다.

 

대상 외에도 여러 부문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감독상은 대만 영화 ‘평범하기 위하여’를 연출한 리윈찬 감독에게 돌아갔다. 배우상은 중국 영화 ‘처음 만난 외로움’의 저우쉰과 일본 영화 ‘사토코는 언제나’의 히메노 카슌이 공동 수상했다. 심사위원특별상은 인도네시아의 에디 카효노 감독이 연출한 ‘마이 마더’가 받았다. 각기 다른 국가와 배경을 지닌 작품들이 주요 부문에서 수상하며 아시아 영화의 다양한 주제와 창작 경향을 보여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개최 30주년을 맞아 경쟁 부문을 처음 도입했다. 올해 영화제는 6일 개막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영화 13편이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경쟁작 외에도 다양한 장르와 국가의 영화가 상영됐으며, 8개 극장에서 모두 315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났다. 관객 규모 역시 눈길을 끌었다. 영화제 관객 수는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국제적인 경쟁 부문 운영과 아카데미 출품 자격이라는 새로운 제도적 성과를 함께 거뒀다. 특히 ‘빵과 책’의 대상 수상은 사회적 책임과 전쟁 속 어린이의 삶을 다룬 작품이 영화제 최고상에 선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소개와 발굴을 넘어 세계 주요 영화상으로 이어지는 기회를 넓혀 가는 가운데, 첫 대상 수상작인 ‘빵과 책’이 향후 국제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주목된다.

 

"꽃길만 걸으라더니, 여기였네" 부산 가을 산책

지 않고도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생태공원 세 곳이 저마다 다른 빛깔로 나들이객을 맞는다.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가을철을 맞아 화명·대저·삼락 생태공원 일원에 대규모 꽃단지를 조성했다고 20일 밝혔다. 공원마다 특색 있는 식물과 화단을 배치해 방문객이 취향에 따라 가을 풍경을 골라 즐길 수 있도록 했다.화명생태공원은 노란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돋보이는 곳이다. 연꽃습지 일대에는 3만4000㎡ 규모의 황화코스모스 단지가 펼쳐진다. 넓게 이어지는 황금빛 꽃밭은 가을 산책의 배경이자 계절감을 담는 촬영 장소가 된다. 꽃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거나 한발 물러서 전체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모습을 담을 수 있다.같은 공원 수생식물원 주변으로 발길을 옮기면 붉게 물든 댑싸리 단지가 나타난다. 규모는 8800㎡다. 둥글게 자란 댑싸리가 모여 황화코스모스와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한 공원에서 두 가지 가을빛을 만날 수 있어 꽃과 식물을 감상하는 산책을 계획하기에 좋다.사진으로 추억을 남길 공간도 마련됐다. 화명생태공원 꽃단지 주변에는 풍차와 그네 포토존, 감성적인 문구를 담은 안내판이 설치됐다. 꽃밭만 촬영하는 대신 조형물을 함께 담으면 여행 사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식재 공간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 관람객의 통행을 배려하는 것이 좋다.분홍빛 가을 풍경을 찾는다면 대저생태공원이 눈길을 끈다. 이곳에는 1만㎡에 걸쳐 핑크뮬리 군락이 조성돼 있다. 분홍쥐꼬리새라고도 불리는 핑크뮬리는 무리 지어 자라며 부드러운 색감을 드러낸다. 군락 전체를 배경으로 담으면 황금빛 꽃밭이나 붉은 댑싸리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사진을 남길 수 있다.삼락생태공원에서는 다양한 초화가 어우러진 화단을 만난다. 가족테마화단에 국화를 포함한 8종, 총 4060본을 선보인다. 한 종류의 식물이 넓게 펼쳐진 화명·대저와 달리 여러 식물의 색과 모양을 비교하며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가족과 천천히 걸으며 가을 식물을 살펴볼 만한 공간이다.세 공원을 모두 둘러보기보다 보고 싶은 풍경을 중심으로 목적지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노랑과 빨강의 대비는 화명에서, 분홍빛 군락은 대저에서, 다채로운 가을 화단은 삼락에서 즐길 수 있다. 야외 산책인 만큼 방문 전 날씨를 확인하고 편한 신발과 겉옷을 준비하면 한결 여유로운 나들이가 된다.조경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장은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는 시민들이 계절 꽃이 가득한 낙동강 생태공원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